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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미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강아지 검사해도 질병이 뭔지 모를 때

by PMzine 2024. 2. 21.

가끔 많은 검사를 해봐도 수의사는 "질병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보호자 여러분은 이럴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by pixabay


언젠가 제가 대만에서 일하고 있을 때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두두가 며칠째 밥을 먹지 않구요. 최애 캔 간식도 먹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겠어요?"
(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ㅋㅋ)

수의사로서, 저는 즉시 머리 속에서 '밥을 먹지 않는' 원인을 빠르게 찾아봤습니다.
췌장염, 신장병, 몸이 어딘가 불편하다거나 이물질을 삼켰거나 열기, 식중독 등등...

하지만 '밥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이런 임의의 상상진단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두두를 친구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보내 검진을 부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20만원 정도를 들여 혈액 검사, X선, 초음파... 등등 밥을 먹지 않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검사를 다 했지만, 여전히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반려동물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원인을 찾지 못하다니... 이 수의사가 나에게 바가지를 씌운건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의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수의사는 우리보다 더 '황당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입니다.
'밥을 먹지 않는다'는 명확한 증상이 있고, 보호자는 돈을 100만원 넘게 썼는데도 문제를 찾지 못하고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처방은 위장약, 소화효소 등등을 시험해 보라고 권유하는 수준이니 얼마나 진땀이 날까요?

여러분도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두의 주치의는 저의 절친이고 그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로도 결국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호자보다 수의사의 입장이 훨씬 답답할 것입니다.
특히 책임감 강한 수의사에게는 이런 무력감은 정말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사실,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다행이다~!"
"머리 속을 빠르게 스쳐간 무서운 질병은 발생하지 않았구나!!"

이렇게 생각 회로가 돌아갔고 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음식에 집중해서 회복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두를 위해 한 검사들은 "커다란 문제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값비싼 안심'을 얻었다고 할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수의사는 절대로! 절대로! 오로지 보호자가 지불하는 돈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두 사례 처럼 검사를 했는데도 문제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뿐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임상 수의사들은 돈을 벌기보다는 자신의 노력이 반려동물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수의사는 보호자보다 몇 배 더 증상의 원인을 명확히 찾고 싶어 합니다.

수의대에서는 예비 수의사에게 '증거가 있을 때만 얘기하는 법'에 대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증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함부러 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생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가 없으면 증거가 없고, 증거가 없으면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수의사들의 자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뛰어난 수의사라도 의료 기술 발전의 한계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케이스는 '데이터'나 '영상' 정보에서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한방수의학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학의 '진단'과 '치료'는 오직 '질병'이 발생했을 때에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70%)과 반려동물은 건강함과 질병 전 단계 사이의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는 '이차건강' 상태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태의 신체는 서양의학으로는 검사 결과도 명확하지 않고 마땅한 치료방법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겪는 두통, 등통, 허리의 뻐근함,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상 등은 실제로 서양의학으로는 많은 해결책을 줄 수 없습니다.

증상은 있지만 임상에서는 대응할 만한 '검사 기술'이 없습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한 느낌을 수의사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사람도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기 힘든데 반려동물은 참으로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위한 의학보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의학은 환자의 불편한 상태를 명확하게 찾아내기 훨씬 더 어렵다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반려동물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무척 긴장한 상태가 되고 수의사도 말을 듣지 않은 반려동물을 편하게 검사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사는 보호자가 집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문제를 관찰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썼다구요?" 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임상 수의사는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수의사는 절말 열정을 갖고 일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 아닐까 합니다.
진심으로 여러분께서 수의사들에게 조금 더 신뢰를 갖고 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반려동물의 증상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면, 그 즉시 주치의와 이야기하고 의논하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주치의를 믿지 않고 다른 의사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누군가에게 인터넷 질문으로 답을 찾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주치의는 그래도 보호자보다 반려동물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니 함께 상의해서 문제를 풀어가시길 바랍니다.
책임질 수 없는 조각난 정보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니까 최선을 다한다.

왕태미 수의사 tammie@tammienutri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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