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워요x99. 긁으면 아픈데 안긁으면 미치겠어요!
개 아토피성 피부염 | Canine Atopic Dermatitis
I. 증상
강아지도 아토피에 걸릴까? 그렇다. 사실 흔하디흔하다.
그렇다면 사람 아토피랑 비슷할까? 그렇다. 똑같이 간지럽고, 똑같이 못 견딘다. 차이점이라면 강아지는 앞발이 자유롭지 않으니, 앞발톱으로 긁기보다는 뒷발과 혀, 이빨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뒷발로 긁는다- 귀, 목 뒤, 옆구리 등
- 발을 자주 핥는다.
- 발을 씹는다.
- 바닥에 뒹굴거나 기어다닌다.
아토피가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간지러워하는 모습보다도, 빨갛게 올라온 피부, 피, 진물, 딱지가 그려질 것이다. 간지러움이 오래가고, 자주 긁다보니 피부가 상해서 그렇다. 개도 그럴까? 그렇다. 차이라면 온몸이 털로 덮여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만성 아토피 환자, 즉 오랫동안 아토피로 고생한 환자에서 관찰할 수 있는 증상들이다.
- 털이 빠진다. 털갈이를 말하는게 아니다. 피부 특정 위치에서 탈모가 생긴다.
- 털 색이 변한다.
- 피부가 빨갛다.
- 발로 긁은 상처가 보인다.
- 긁은 곳에서 피가 난다.
- 노란색 진물과 딱지가 생긴다
- 피부가 뽈록뽈록 올라온다.
- 피부에 농, 즉 고름이 찬다.
- 피부가 까맣게 변한다.
- 피부가 코끼리 피부처럼 쭈글쭈글하게 변한다. 수의사들은 ‘태선화’라고도 부른다.
- 귀가 빨갛다.
- 귓속 피부가 뽈록뽈록 올라오고, 두꺼워져서 귀를 막는다.
- 귀지가 많아진다.
- 털이 더러워진다. 피부에서 기름성 분비물이 많아져서 지저분해진다.
털이 빠지기 전까지는 위 증상들을 확인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토피 외의 다른 피부병에서도 저런 증상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아토피의 경우에는 위 증상들이 자주 나타나는 부위가 특징적이다. 반드시 이 부위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라는 법은 없지만, 알고 있으면 다른 피부병과 구분하는데 도움이 된다.
얼굴: 눈 주위, 주둥이, 턱
귀: 외이도(귓속의 길), 귓바퀴, 귀 주변
몸의 아래쪽 부위: 목, 겨드랑이, 복부, 사타구니
사지말단: 즉 앞발과 뒷발의 끝부분. 특히 발목부분, 발가락, 발가락 사이
참고로 아토피 질환에 걸리는 견종은 따로 없다. 즉 우리집 강아지가 도그쇼 챔피언 가문의 순수한 혈통이든, 건강한 믹스이든, 간지러움이 심하다면 아토피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또한 유전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부모에게 아토피가 있었다면 강아지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II. 원인
개의 아토피는 왜 생기는 것일까? 쉽게 말하면 알러지다. 사람은 알러지로 인해 재채기나 천식같은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개는 피부 증상이 대표적인 것이다.
모기에 물렸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변화를 생각해보자. 빨개지고, 볼록 올라오고, 간지럽다. 피부에 히스타민(histamine)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는 IgE라는 항체, 즉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을 붙잡아내기 위한 방어 단백질이 관여한다.
개의 아토피도 마찬가지이다. 알러젠(allergen; 알러지 유발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그 위치에서 IgE 항체와 히스타민이 작용한다. 그래서 간지럽게 되고, 긁게 된다.
아토피를 일으킬 수 있는 알러젠은 다양하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 비듬, 곤충 (나방, 바퀴벌레) 등. 이 중 한 가지가 원인일 수도 있고, 다양한 알러젠에 의한 반응이 증폭되어서 나타날 수도 있다. 음식물 알러지와는 달리, 살아가는 환경에서 아토피의 알러젠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III. 진단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만약 아토피로 미루어 짐작하고 약을 사다가 먹인다면, 비용, 시간, 노력을 허비하게 된다. 거기다가 약 투여로 인한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부작용, 질병의 위험성은 우리집 강아지가 감수하게 된다.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진단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
1. 문진
- 강아지가 어떤 증상을 언제부터 보였는지, 어느 위치인지, 어느 정도로 심한지, 시간에 따라 증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계절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는지, 이 증상이나 다른 질병과 관련해서 복용중인 약이 있는지 등, 보호자가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하게 된다. 보호자의 관찰이 정확하고 설명이 명료하다면, 이후의 검사 및 진단에서 혼선을 막을 수 있다.
2. 룰아웃(Rule-out)을 통한 아토피 진단.
- 아토피 진단은 룰아웃, 즉 ‘배제’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똑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는 질병 A, B, C가 있다면, A가 원인이라고 증명하는 것보다 B, C가 원인이 아니라고 증명하는 것이 더 쉬울 때가 있다. 아토피가 이러한 경우에 속하는데, 현재로서는 단번에 아토피 진단을 내릴만한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의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질병에 대한 치료도 시도해볼 것이다.
3. 알러지 테스트.
- 아토피의 치료를 위해서는 그 근본 원인인 알러젠을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는 혈액을 뽑아서 하는 검사와, 피부에 알러젠을 주입해보는 검사가 있다. 병원마다 선호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해당 검사에 대해서는 수의사와 상의해보자. 참고로 위의 룰아웃 과정을 건너뛰고 알러지 테스트만으로 아토피를 진단하려는 시도는 권장하지 않는다.
IV. 치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현재로서는, 아토피에 ‘완치’가 없다. 사람도 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적절한 처치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강아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면 증상만 완화시켜주면 됐지, 왜 굳이 아토피를 진단하려고 할까? 첫째로는 아토피로 착각하여 다른 피부병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서고, 둘째로는 아토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아래 치료 방법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아토피의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감염의 치료.
- 아토피가 발생한 후에는 피부에 세균감염과 효모균 감염이 쉽게 발생하며, 자주 재발한다. 아토피의 관리를 위해서는 감염에 대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2. 면역요법.
- 아토피의 관리에서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강아지에게 문제가 되는 알러젠을 선별한 후, 특수하게 가공하여 강아지에게 투여해주되,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양을 늘려주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강아지는 알러젠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빠르면 3개월 내에, 길면 1년 후에 아토피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주사 대신, 입에 펌프를 짜주는 면역요법도 개발되었다. 이 방법을 선택하면 동물병원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고, 효과도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면역요법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1)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한 뒤에도 오랫동안 치료를 지속해야 할 수 있다.
2) 면역요법 후에 완전히 낫는 강아지도 있는 반면, 면역요법이 아예 효과가 없는 강아지도 있다. 이것을 ‘개체 차이’라고 부른다
3) 면역요법 치료를 하는 중에도,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와 관리를 병행해주어야 한다.
3. 대증요법, 즉 증상을 완화시키는 관리법.
-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다양한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이 방법으로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소양감, 즉 간지러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소양감이 완화되면, 상처와 감염의 위험성을 줄여주고, 무엇보다 강아지의 삶의 질, 즉 행복감이 높아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대증요법이 존재한다.
1) 알러젠 적은 환경 만들기:
- 청소하느라 먼지가 날릴 때에는 강아지를 다른 장소에 둔다.
- 섬유 재질의 장난감, 쿠션, 카펫, 침대 등에 접촉하는 시간을 줄인다. 해당 물품들을 자주 고온 소독해준다.
- 꽃가루가 생기는 화분을 정리한다. 산책시 수풀사이로 들어가지 않게 한다.
- 곰팡이와 진드기를 억제하기 위해 제습기를 사용한다.
2) 피부를 건강하게:
- 병원에서 처방받은 샴푸로 자주 씻겨준다. 이 방법으로 피부의 알러젠을 씻어내주고, 세균과 효모균 감염을 방지한다. 목욕 빈도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수의사가 지시할 것이다.
- 씻긴 후에는 보습 컨디셔너를 사용한다. 보습제는 피부로 알러젠이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다.
- 심한 감염시에는 항생제, 항진균제를 사용한다.
3) 긁지 못하게 하기:
- 너무 많이 긁어서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었을 때에는 넥칼라, 옷을 이용해서 임시로 보호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임시방편이다. 다른 치료를 우선하며,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자.
4) 놀아주기:
- 심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많이 긁는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충분히 놀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 열심히 뛰놀고나면 잠을 자는데, 잘 때에는 덜 긁게 된다.
5) 간지러움 줄여주기:
- 스테로이드 약물은 초기에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장기 복용시에는 부작용이 심하므로 꼭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는 편이다.
- 현재는 면역억제제가 꽤 널리 사용된다. 스테로이드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단, 가격이 비쌀 수 있으며, 강아지가 실외에 자주 나간다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는 부작용을 줄이고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연고나 스프레이로도 개발되어있다.
- 오메가3 지방산은 큰 부작용없이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아포퀠(apoquel):
- 최근에 출시된 아포퀠은 간지러움증 개선에 효과가 탁월하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보다 부작용도 적다.
- 하지만 아포퀠 사용시 숙지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아포퀠은 간지러움증을 해결해주지, 근본 원인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둘째로 아포퀠의 면역억압효과는 데모덱스 기생충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로 아토피 외의 다른 피부병으로 인한 간지러움도 가려지기 때문에, 다른 심각한 질병의 증상을 간과하고 지나갈 수 있다.
- 수의사의 지시나 처방 없이 아포퀠이나 다른 약을 강아지에게 사용하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이다. 임의로 사용하다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문제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가운데 강아지만 더욱 괴로워질 수 있다.
V. 맺음말
아토피로 인해서 이미 피부가 많이 망가졌다고 좌절하지는 말자. 아토피를 관리하면서 피부상태가 거의 완전히 회복되는 강아지도 꽤 많다고 한다.
강아지 아토피와의 싸움은 쉬운 길이 아니다. 이 힘든 과정을 견뎌내는 보호자들에게, 강아지들을 대신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김 건 인턴기자 pmzine@naver.com
<저작권자 © PetMagazin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DognCat백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D Health] 꽥꽥꽥! 거위 울음소리를 내는 우리 개, 이유가 뭔가요? - 개 기관허탈 (0) | 2020.12.17 |
---|---|
꼼짝마! 크고 늠름한 경찰견 - 로트와일러 (0) | 2020.12.14 |
인내, 충실, 지성의 썰매개, 시베리안 허스키 (0) | 2020.12.07 |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귀염둥이! - 페키니즈 (0) | 2020.11.30 |
[D Health] 우리 개 눈 문제, 전혀 다른 질병 때문일 수 있다! - 개 호너 증후군 (0) | 2020.1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