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바모래가 우리나라에서 막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
저는 저희 회사 수입 제품인 독일 카사바모래 '에코캣'을 들고 궁팡 같은 전시회에 참가해 열심히 제품을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부스를 방문하신 집사님들께서 카사바모래를 구매하시면서 '눈꽃모래'나 '함박눈꽃' 모래를 함께 세트로 주문하시곤 해서 의아했습니다.
몇몇 집사님께 여쭈어 보니, 카사바모래와 벤토나이트모래를 섞으면 깔끔하고 좋다는 경험을 말씀해 주시더군요.
그 전까진 모래 섞어쓰는 이벤트는 주로 '눈꽃모래'에 '함박눈꽃'모래를 섞거나 '눈꽃모래'에 '순한모래'를 섞어쓰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카사바모래와 섞어쓰면 더 좋다고들 하니, 아예 카사바모래와 벤토모래를 섞어쓰는 경험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에코캣'과 '함박눈꽃'을 1:1로 섞었을 때 제일 좋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후로 '함박눈꽃'은 의도치 않게 카사바모래와 섞어쓰는 모래가 되어 버렸습니다^^
급기야는 '카사바모래 원료와 벤토나이트 원료를 섞어서 팔자!'라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제품을 화장실에 부어서 섞으면 좋은데, 이 둘을 한봉지에 담으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먼지가 많아진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두 제품을 한 봉지에 섞어 담아 판매하는 프로젝트는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타 업체에서 섞어 파는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었는데 제가 경험한 것과 비슷한 현상 때문인지 그닥 히트를 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카사바모래와 어떤 성향의 벤토나이트를 섞으면 좋을까에 대한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카사바모래와 궁합이 잘 맞는 벤토나이트 모래의 조건에 대해 결론을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원료 자체에 먼지가 적은 벤토 모래와 섞어야 좋다.
2. 너무 바삭하지 않은 벤토모래와 섞어야 좋다.
3. 가격이 저렴한 벤토모래와 섞어도 충분하다.
4. 다만, 칼슘벤토나이트를 치환한 벤토모래와 섞지말자!
그럼 위 4가지 항목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드리겠습니다.
1. 원료 자체에 먼지가 적은 벤토모래와 섞어야 좋다.
카사바모래를 즐겨 쓰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요소는 '먼지가 적다' 일 것입니다. 따라서 벤토나이트 모래도 먼지가 적은 제품을 쓸 때 만족도가 더욱 올라갑니다.
2. 너무 바삭하지 않은 벤토모래와 섞어야 좋다.
2번 항목의 문장은 표현이 조금 모호한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벤토나이트는 진흙이 굳은 것이기 때문에 수분함량이 적으면 적을 수록 마찰에 약하고 가루가 많이 생깁니다.
결국 먼지가 많아지는 것이죠.
그렇다고 물렁물렁한 벤토나이트와 섞으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손으로 만졌을 때 까끌거림이 적고 먼지 묻어남이 적은 벤토나이트는 대체로 시중의 벤토나이트 원료보다 0.1~0.2% 정도 수분함량이 적습니다.
만져보면 부드럽고 살짝 물렁한 느낌이 납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벤토나이트와 카사바모래가 만나면 마찰로 인한 '먼지'도 줄어들기 때문에 쾌적한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3. 가격이 저렴한 벤토모래와 섞어야 좋다.
3번 항목은 다소 저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카사바모래가 비싼데, 벤토나이트 모래마저 비싼 제품을 선택하면 부담이 너무 큽니다.
저렴하면서도 먼지가 적은 제품이 집사님의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사바모래와 벤토나이트 모래를 섞어쓰는 것 만으로도 퀄리티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굳이 비싼 제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가 선호하는 가는입자의 특정 모래가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ㅠㅠ
4. 다만, 칼슘벤토나이트를 치환한 벤토모래와는 섞지말자!
벤토나이트는 크게 칼슘벤토나이트와 소디움벤토나이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광산에서는 소디움 벤토나이트가 나오질 않습니다.
칼슘벤토나이트만 생산되는데 칼슘 벤토나이트는 굳는 성질이 없습니다.
따라서 칼슘벤토나이트는 고양이 모래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디움벤토나이트로 치환해서 제품으로 출시합니다.
일부 칼슘벤토나이트를 소디움벤토나이트로 치환한 제품은 아무래도 '지구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화장실 바닥에 모래가루가 많이 생깁니다.
화장실 바닥에 쌓이는 벤토나이트 가루는 칼슘벤토나이트 같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가루는 수분이 닿아도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일부 저가 소디움벤토나이트도 비슷한 현상이 생깁니다.)
따라서 저품질의 벤토나이트는 카사바모래와 섞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값싼 벤토나이트가 꼭 저품질인 것은 아니니 마음에 가는 벤토나이트 모래를 골라 섞어 쓰는 실험을 몇차례 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고양이모래 제품에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설명하려다보니 조금 설명이 어렵고 길어졌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위의 4가지 항목은 공식적인 데이터가 없고 순전히 저의 고민과 경험에서 나온 추론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집사님께서 모래 유목민을 벗어나는데 참고할 만한 하나의 의견으로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 되세요.
김집사 pmz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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